손실 쌓이자…실손보험료 2배 올렸다

입력 2024-02-01 17:58   수정 2024-02-08 17:42

6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9월 롯데손해보험의 실손보험료 갱신 안내장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월 보험료가 3만9325원에서 7만6572원으로 94.7% 인상됐기 때문이다. A씨는 곧바로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실손보험료는 연 25% 범위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만큼 서민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인상률 상한을 두고 있다.

갱신 주기가 3·5년인 1세대 실손보험이라면 3년 만에 갱신할 때 인상률이 누적돼 보험료가 95%가량 오를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가입한 보험은 3세대 실손보험이다. 이 상품은 갱신 주기가 1년이어서 매년 보험료가 조정된다. A씨처럼 1년 만에 두 배 가까운 보험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3세대 상품은 보험료를 결정할 때 연령과 세대별 공통 인상률만 고려한다. 전년도에 보험금을 얼마나 수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롯데손보 고객이 A씨처럼 지난해 보험료가 급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보험사가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거나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경우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제한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손보는 2020년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했다. 경영개선협약은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결과 취약 부문이 있다고 판단되는 보험사와 금감원이 맺는 일종의 구조조정 제도다.

이 같은 급격한 실손보험료 인상은 롯데손보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MG손해보험 등도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거나 적기시정조치를 받아 보험료를 크게 올렸다. 추후에도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는 보험사 고객들은 보험료 인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경영을 잘못한 것은 보험사인데 고객들이 피해를 뒤집어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며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2019년 2020년 2022년에는 연간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건전성 개선을 위해선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1일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고는 정상화가 어려웠다”며 “지난해 5월 경영개선협약이 해소돼 앞으로는 실손보험료가 급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경영난에 처한 보험사가 적자 상품인 실손보험을 그대로 둘 순 없는 노릇”이라며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전성을 개선하는 게 전체 고객과 회사를 위해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가 들거나 병력이 있다면 실손보험에 신규 가입할 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시 다른 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1·2·3세대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원치 않게 4세대 상품으로 넘어가야 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고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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